한방 vs 한방
시리어스 얀데레 리리컬 호모
이런 이야기이다.
처음 등장할 때의 피 흘리는 백택이 너무 예뻤고
처음 등장할 때 피안화 사이를 시원시원하게 걷는 호오즈키가 멋있게 보였다.
그렇게 이 만화는 시작한다.
<가엾고 안타까운 사랑> 이라는 제목은
원제를 해석하기 귀찮아서 적당히 가져다 붙인것이지만
아무튼 '불쌍하다'라는 의미가 세번이나 겹쳐있다.
도대체 어느쪽이 이렇게 불쌍한 것인가.
책 내내 불쌍한 꼴을 계속 당하는 것은 백택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마당에
호오즈키마저 옆에서 부추기고 있다.
이대로 되살아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이틀이 나타내는 정말 불쌍한 사람은 호오즈키이다.
그는 백택을 깊이 연모했고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백택이 하물며 다른 남자에 의해 흔들리다니
호오즈키는 분노했으며
백택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
이 시간은 호오즈키에게 허니문이기도 했다.
그 백택이 무엇하나 혼자 할 없어
오직 호오즈키에게만 의지했고
호오즈키는 그런 백택이 또 사랑스럽고 안타까워
정성스럽게 대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돌봐준다.
옷을 갈아입히고
밥을 먹이고
잠들때까지 서로 닿고
잠든 모습을 지켜본다.
호오즈키에게 극히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깨고 싶지 않은 꿈.
그렇기에 백택을 더 몰아부쳤다.
더 자신을 의지하도록.
자신 없이는 무엇하나 할 수 없도록.
잔혹한 쪽은 백택이었다.
자신을 향한 호오즈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순간
순진무구한 얼굴로 호오즈키에게 감사를 고하며
그의 품을 벗어났다.
멀어져가는 백택을 보는 것 역시
호오즈키의 사랑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백택은 다시 그에게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피안화를 물에 흘려보내는
호오즈키의 표정이
사무칠정도로 무서워서
소름이 끼쳤다.
이것을 처음 읽었을 때는
서울이 영하 20도가까이 내려갔던 겨울 밤이었는데
호오즈키의 표정에서 느꼈던 오한이
밤새 가시지 않았다.
이 표정이야 말로
이 만화의 주제 그 자체이다.
백택이 진실을 알고
호오즈키에게 복수하는 내용으로 갈 뻔하기도 했다는데
과연 백택의 성격상 그렇게 못할 것이라고 해서 수정했다한다.
하지만.......
그런 블랙 백택. 아니...흑택.
보고 싶다.
그쪽 이야기도 그려주세요......ㅠㅜ
개인적인 포인트.
1.
적어도 호오즈키가 겪은 이번 사태는 이게 두번째다.
첫번째는 호오즈키가 보좌관이 된 직후에 일어났다고 했다.
그 때 백택을 돌봐준 것은 누굴까.
그 때도 호오즈키?
2.
백택에게 죽을 먹이고 난 후의 호오즈키의 콜록콜록.
이 부분, 그림으로 보고 싶었다.
역시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