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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백

009. [한 줌의 흙] - 츠키마데

호오즈키의 냉철 동인지 009  [한 줌의 흙]

 

 

 

 

 

 

009.

[한 줌의 흙]

츠키마데-860383

140112

귀백

36p

 

 

이사소동 직후의 소재.

갑자기 백택으로부터 안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호오즈키는

그 이유를 집요하게 캐고 든다.

의외로 순순히 말하는 백택이 내민 것은

한 줌의 흙이 든 단지.

그것은 먼 옛날

백택의 연인이었던 여자가 낳은 백택의 아이였다.

 

 

 

 

요즘 제 안에서 순위 급상승 중인 츠키마데의 책입니다.

아마 아메토무치와 7헤르쯔의 뒤를 바로 이을 것 같습니다.

 

참...저를

많이 곤란하게 하는 작가입니다.

 

야하기로는 피즈코드보다 훨씬 못 미치고

여러가지 수위로 보나 뭐로보나 하드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소프트한 편이고,

묘사도 약하고

낭만적이고,

서늘하고 애절한 분위기가 있어서

딱 제 취향에 맞을 것 같기도 한데.....

 

......상황 자체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많습니다.

머릿속에서 받아들일까 말까 하는 상황이 자꾸 나와서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니. 당황당황 합니다만.

 

어쨌든.

이상한 매력이 있어서 계속 붙들고 있습니다.

 

 

그 중 이 책은

묘사는 좀 진한 대신

상황이 약합니다.

그냥 보통의 살짝 에로?

이정도가 딱 좋습니다.

 

 

 

백택의 임신물은 몇권인가 가지고 있습니다.

임신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다지..........?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몇몇 그려줘서

흥미깊게 보고는 있습니다.

 

그 중 인상에 남는게

아카 미소의 <알의 이야기>라던가.

인디고 블루의 <귀신은 웃는다>였습니다.

살펴보면 더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어쩐지 아카 미소의 <알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합니다.

여체화라던가.

임신소재라던가.....라는 공통점도 있고.

 

<알의 이야기>가

임신을 하기 위한 백택의 시도를 거부하는 호오즈키 이야기라면

 

 

이 <한 줌의 흙>은

임신을 시키기 위한 호오즈키의 시도를 거부하는 백택의 이야기?

 

 

라는 대척점의 요소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사도 미묘하게 정 반대의 느낌이고요.

 

 

귀신과 신의 교접이라....잘 되려나 모르겠지만

일단 할 수 있는만큼 해볼까?

할만큼 해대면 운 좋게 뭐가 나올지도 모르지

(알의 이야기 중 백택의 대사)

 

이봐요.

그건 제 천년의 사랑이 담긴 막대기였다고요!

그걸로 뽑지 않고 세발이라면

아무리 돌덩어리 같은 당신이라도 임신합니다.

안된다면.....될 때까지 해버리죠!

(한 줌의 흙 중 호오즈키의 대사)

 

 

말하는 사람도 다르고

듣는 대상도 다르고

내용은 비슷한데

들이대는 기세는 정 반대고.........

 

여러모로 <알의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단지.........

어느쪽의 호오즈키든.

모두 간절하게 아이를 원하기는 했어요.

 

음.......

결국은 '아무것도 낳지 못했다'라는 점에서

<귀신은 웃는다>와도 공통점이 떠오릅니다.

 

 

<알의 이야기> 감상을 여기서 할 기세네요.

 

 

 

본론인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갑시다.

 

..........쓰면서 생각이 드는건데

임신이라는 소재를 뺀다면.......

아메토무치의 <불쌍하고 불쌍한 사랑>이랑  내용이 통합니다.

 

아니. 이 <한 줌의 흙>은 임신이 주 소재는 아닙니다.

오히려 백택은 임신을 시킨 주체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결국 불가했지요.

 

살아있지 않은 자는

아무것도 탄생시킬 수 없다.

 

라는 명제에 의한 것인데

여기서 이 만화의 포인트를 생각해봅니다.

 

이 만화의 주제는?

탄생 시킨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저는 후자쪽에 겁니다.

 

이 만화는 백택의 존재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백택이 아무 것도 탄생시킬 수 없는 것은

백택이 살아있지 않은 존재여서 그렇습니다.

 

먹지 않아도 되는데 먹는다.

이것은 7헤르츠씨도 다룬 문제고

 

생존에 관한 확인으로

섹스를 한다. 라는 것은

아메토 무치의 <불쌍하고 불쌍한 사랑>에서도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계통에서 흔한 소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메토무치의 호오즈키가

기회를 틈타

나약해진 백택을 잔혹할 정도로 기만했던 것에 비해

 

츠키마데의 호오즈키는

한없이 다정합니다.

 

한 여자의 연인으로서, 남편으로서

백택은 나쁜 남자였습니다.

비겁하고, 나약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을 저질렀고.

그래서 백택은 지금까지도

특정 상대를 만들지 않는겁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낳아준,

그리고 자신의 무존재를 증명하는

한줌의 흙을

소중히 여기고 간직해 온

그 아픔을

호오즈키는 알아주었습니다.

 

백택의 과오를 비난하고, 또 받아주고

그의 존재를 받아주고

곁에 있어주고

세상으로 끌어내어줍니다.

 

그 여자?

어디서든 혼자 다시 일어나 잘 살았겠지.

인간, 그런 존재거든.

잘못을 저지르고,

잘못을 당하고.....다시 살아가고....

 

아니. 그런게 아니라

당신 전처 이야기를 하자는게 아니라

내가 구혼하고 있는 마당이라고!

 

그러니까.

해피엔딩.

 

에로. 그로. 우울. 해피.

이 루트 좋아요.

 

 

 

 

*마음에 드는 대사.

 

꽤나 아날로그한 짓을 하는군요.

(살아있는 흉내를 내는 백택에게 호오즈키가 하는 말 / 한줌의 흙)